슬롭 팩토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는 웹에서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한국의 작은 스튜디오, 슬롭 팩토리(Slop Factory)입니다. 첫 글이니 처음 만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저희가 누구인지, 이름이 왜 이런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부터 말씀드릴게요.
이름에 대해서
네, 압니다. ‘슬롭(slop)’은 피드와 앱 스토어, 게임 포털을 가득 채운, 대량 생산되었을 뿐 정작 만든 사람은 없는 듯한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죠. 그런 단어를 스튜디오 이름으로 삼은 건 농담이고, 저희는 이 농담을 기꺼이 안고 가려 합니다.
그래도 농담에는 뜻이 있습니다. 슬롭을 찍어내는 공장이 바로 저희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에요. 그래서 이 이름은 저희 스스로 현관에 붙여 둔 다짐 같은 것입니다. 무언가를 내놓을 때마다 이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 자격이 있는지 따져 보게 되니까요. 저희 게임이 한 번이라도 ‘때우기용’처럼 느껴진다면 이름이 저희를 부끄럽게 만들 겁니다. 저희는 그게 건강한 긴장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만드나요
웹 게임입니다. 링크를 열면 바로 플레이할 수 있어요. 설치도 필요 없고, 첫 1분이 지나기도 전에 가입부터 요구하지도 않으며, 앱 스토어를 거칠 일도 없습니다.
저희가 웹을 좋아하는 이유는 즉각적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웹은 냉정한 곳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2초면 탭을 닫을 수 있고, 게임이 플레이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닫습니다. 저희에게는 그 압박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게임이 처음 몇 초 동안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솔직하게 돌아보게 해 주니까요.
저희가 믿는 것
거창한 선언문은 없습니다. 대신 스스로에게 지키려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진짜 값은 여러분의 시간입니다. 저희 게임 대부분은 무료로 열어 볼 수 있겠지만, 여러분의 관심과 시간까지 공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부로 쓰지 않으려 해요. 오로지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고 끼워 넣은 요소는 덜어 냅니다.
크고 막연한 것보다 작아도 끝까지 만든 것. 모든 부분을 곱씹어 만든 아담한 게임이, 만들 수 있으니까 넣은 요소로 반쯤 채워진 거대한 게임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규모는 일정의 문제이기 전에 디자인의 결정입니다.
누군가 정했어야 합니다. 저희가 가장 자주 꺼내 드는 기준입니다. 모든 메커닉, 소리, 애니메이션, 문장은 누군가가 이유를 가지고 고른 것이어야 해요. ‘도구가 만들어 줬는데 그럭저럭 괜찮아서’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무조건 멀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구가 저희 대신 결정하게 두지 않는다는 뜻이고, 저희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은 내보내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다듬는 것이 곧 존중입니다. 버튼이 반응하는 방식, 재시작 속도, 잘했을 때 나는 소리 같은 사소한 부분이 누군가 신경 썼는지를 플레이어에게 말해 줍니다. 저희는 그런 디테일에 일부러 집요하게 매달립니다.
과정을 보여 드립니다. 인상적인 말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풀리지 않은 부분까지 함께 보여 드릴 거예요.
앞으로 올릴 글
마지막 약속을 지키는 곳이 바로 이 블로그입니다. 앞으로 스크린샷을 곁들인 개발 일지, 만드는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 그리고 언젠가는 트레일러도 올릴 예정이에요. 막혔던 디자인 문제, 뒤집은 결정, 그렇게 정한 이유도 적어 보겠습니다. 홍보 문구 같은 말투는 빼고 담백하게 쓰려고 합니다.
글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올립니다. 한국어 글은 단어 하나하나를 옮긴 번역이 아니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쓰고, 공개 전에 따로 검수를 받습니다. 두 언어의 독자 모두에게 제대로 된 글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제 막 시작했고, 아닌 척하기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글에 대단한 발표는 없어요. 그저 인사, 그리고 저희가 어디를 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이 목표에서 빗나가는 날에는 이 글을 가리키며 따끔하게 말씀해 주세요.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또 만나요.
— 슬롭 팩토리 팀